- 일요일 밤의 글쓰기. 좋은 햇빛 좋은 소나기 다 놔두고 밤 늦게서야 커피숍에 돈을 지불하며

글을 쓰는 비싸고 호사스럽고 비겁한 글쓰기.


- 이번 주에는 화장품 로드샵 몇 군데를 들러 화장품을 사야겠다. 

사고 싶은 게 많다.  미.샤 페이스.샵 말고 새로운 브랜드를 개척하겠다.


- 차가 꽉꽉 막히는 길 위에서 생각한다. 나는 막히는 길 위에 있는 것에 안심을 한다.

이 길위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옆 차선이 막히고 있는데 내 차선이 빵빵 뚫리면

뭔가 잘 못된 것이다. 아마 나는 좌회전을 받지 못하겠지 하는 두려움.

주말에 막히는 길 위에서 정상적인 사회인이 된 느낌을 받는다. 

내가 말하는 '정상적인 사회인'의 느낌이란 분명 넘나 싫은 상황에서 싫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기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일 말한다.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스스로의 비겁함이나 무능함을 합리화 하는 거다.


막히는 길이 싫다면, 막히지 않는 길을 운전해서 달리고 싶다면 평일에, 수도권을 벗어난

차가 많지 않은 좁은 우회 국도를 달려야 할 것이다. 평일에 달리는 고속도로조차 아닌 

한가한 길은 나를 얼마나 불안하게 할 것인가. 


집에서 고속도로가 꽉 막힌다는 교통방송을 들으며 1.나는 저 길 위에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2.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드는 것이다. 나는 1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2의 감정을 쿨하게 무시하는 주제도 못된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불평 불만하지만 사실 그건 묘한 안도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집단 안에서 막히는 길 위에서 나는 비겁하게도 불만을 내뱉는다. 그건 안전한 길이다.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홀로 이를 악물고 어긋나는 네비를 믿지 못하는 초조한 나를 상상해본다. 

길은 뚫리고 풍경은 근사하다.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 즐길 수 없는 사람인가. 아직 내가 그걸

즐길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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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얘기 안하려고 다른 블로그까지 개설했으면서 이리로 끌어오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나는 한 편의

책을 읽듯이 시리즈 영화의 조각을 맞추듯이 그 가수에 대해 생각한다.  한 사람의 생을 관통하는 것은

책이지만 책은 (대부분) 모두 끝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살아 움직이고 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자, 그걸 오픈해서 상품화하는 건 연예인이고 난 그래서 그 연예인이 좋고. 최근의 아이돌에게

빠져있는 것은 스토리다. 어린 나이에 연습생하고 고생하고 데뷔하고 비슷비슷하니까.


3n살의 어느 날이었던 이번 주에 내가 최초로 느낀 감정에 대해 적어보자. 나는 가수의 예전 모습이나

옛날 가수들의 동영상이나 기사나 이야기를 읽는 것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과거의 가수를 좋아하는 것은 

비틀즈나 너바나 정도면 충분하고 마이클 잭슨도 나는 충분히 동시대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기가 많았던

만큼 동시대의 범위 또한 넓어진다. 

왜 굳이 과거의 노래를? 과거의 영상을? 지금 모습 자체도 큰 기쁨인데.

동시대의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은 나의 큰 기쁨이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마츠다 세이코, 마츠 타카코, 히로스에 료코 등 과거의 촌스러운 노래와 영상을 들었다. 

마츠다 세이코는 심지어 80년대 초반부터 그 이력이 시작한다. 

내가 이번 주에 깨달은 건 그거다. 청춘의 한 때 반짝이는 아름다운 시기는 길지 않고, 그 시기를 찾아보는 것은

내가 늙었음을 의미한다.그렇지만  또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 만큼 지금 반짝이는 언젠가 스러질 반짝임의 가치를 한층 더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본 가수들 이름 많이 댔지만 사실

ㅁㄱㅎ 영상 보면서 많이 한 생각이다.)

우울한 말을 해보자면 그렇게 빛나는 한 때를 갖지못한 나의 동경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강렬할 1~2년이 있었던가. 레전드의 시작이 될 강렬한 인생의 도입부가 있....지 않다. 

어쨌든, 그 동안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사실인거다. 인간의 황금기는 잠깐 이라는 것. 전에는 스포츠 선수나

아이돌이나 그런거야 하고 우겼지만 연예인이 아닌 일반 사람도 그냥 그 순간은 잠깐 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나 나에게 그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어요 같은건 넘 달콤한 말이다. 그냥 그 잠깐조차도 안 올거다.

나나 당신이다. 뭐 그런거다. 자기계발서나 읽다가 이정도면 됬다고 자위하다 죽겠지. 혼자가 싫어 굳이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나의 비겁함.

오늘의 키워드는 비겁함이구나.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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