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펫

감상 2011. 11. 11. 01:31
        장근석을 좋아하고 김하늘을 심하게 좋아하는지라 그 캐스팅부터 나를 환호하게 했던 영화 [너는 펫]이 드디어 개봉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가는 커뮤니티들에선 혹평일색인지라 괜히 잘못 코멘트했다가 알바로 몰릴 것 같은 분위기. 그렇지만 나는 또 한 번 김하늘에 대한 나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 이야기 전개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김하늘의 연기가 비슷비슷한 것에 대한 반복이라는 비판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비슷한 연기로 이렇게 저렇게 질 유지를 하며 김하늘화 하는 것에 나는 크게 불만은 없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블라인드' 등에서 변화를 추구하는지라 김하늘하면 연상되는 연기를 원하는 나같은 이를 위해 또 이러한 영화를 비슷하게 찍는 것이 '뭐 어때' 하는 마음이다.우리나라는 너무 변화 강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팔색조같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훌륭하고 또 배우라면 그런 걸 꿈꾸며 계속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서 다듬어나가며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변화 강박의 무게에 짓눌려 이리저리 헤메다 이도저도 안되는 배우도 몇 떠오른다. 나는 그녀가 계속 헤헤거리며 푼수같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신경질을 내는, 연애는 헤메고 일도 잘하고 싶은 늘씬한 직장여성으로서의 캐릭터를  더욱 완성시켜주길 바란다.
   
        일단 나는 원작 - 일드 - 그리고 한국판 영화 캐스팅에 대한 애정이 엄청난지라 그저 우쭈쭈하는 마음이다. 원작만화가 영상으로 재탄생하면 대개 원작 팬은 이런저런 아쉬움을 토로하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는 크게 그렇지 않은 편이어서 각가의 매력을 발견하며 기뻐하였다. 원작의 경우 원작이니만큼 설정이 파격적이고 캐릭터 각각의 성격이 분명하다. 만화에서는 멋진 선배(겉으론 멋있지만 너무 우유부단하고 빈틈이 많다. 빈틈이 많은 게 또 웃기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려짐), 못된 직장 후배 (얄밉지만 사실 주인공의 능력같은 것을 질투+동경하고 있고 선배를 좋아하며 미워할수만은 없는 캐릭터) 등도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여주인공의 능력을 좀 더 부각시키고 뚱한 성격도 더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일적으로 성취하지 못하여 받는 스트레스 같은 것도 다루었으면 좋았을텐데 영화에서는 그냥 사람들이 괴롭히고 일이 많고 그 정도로만 나왔다.일드도 지금 잘 기억은 안났는데 엄청 재미있게 봤다. 인형탈쓰고 집에와서 울고 모모가 위로해줄때는 나도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판에서는 영화로 나왔을때 일본 드라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영상미를 들 수 있겠지. (사실 일드는 돈을 별로 안들이는지 배경이나 소품은 좀 우중충한 느낌이 드는 적이 많다.- 꼭 '너는 펫'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사실 오늘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눈 호강'을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장근석 김하늘 얼굴 빼고도 그냥 좀 요즘 나의 이 우중충한 기분을 좀 덜어내고 좀 세련되고 모던하고 근사한 일상들을 엿보고 싶었던 거다. 영화는 이런 때에 얼마나 큰 축복인가. 영화 보는 내내 김하늘의 패션은 물론이고 내가 같은 시대, 같은 나라를 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근사한 사무실 빌딩과 야경들,공원과 풀장 풍경들에 취했다. 타운하우스인 듯한 김하늘의 집 외곽과 역시 멋진 내부 인테리어.-풍선같은 스피커와 의자.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두 주인공을 대변하는 것 같은 몇 가지의 아기자기한 장난감들. 

        이미 원작을 보며 주인-펫 이라는 비정상적인 구도에 대한 충격을 완화했기에 난 거부감없이 봤지만 그냥 영화만을 보기로는 주인- 펫 놀이가 비정상은 물론 퇴폐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지면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영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더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이 영화는 오롯이 장근석을 위한 영화다. 장근석은 웃고 울고 춤추고 노래하고 화내고 애교부린다. 김하늘 영화에서 공통으로 느끼는 건 전에도 썼지만 남 주인공을 잘 살려준다는 거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하도 악평일색인지라 누구에게 추천은 못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늘 이런식이다.)  나는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솔직히 김하늘 장근석 아니었으면 이 영화 어떻게 됐을까 많이 많이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둘에 콩깍지가 씌여 좋게 보는 거지만.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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