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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판 날.

일상 2011. 11. 24. 00:30
 인터넷 서점에서 운영하는 중고샵에 책을 팔았다. 편의점에서 택배로 붙이고 왔다. 
 권수는 (내 기준으로는 많은) 13권.
 구입금액으로는 십오만원정도 되는데 - 물론 이것은 정가 기준이라 나도 구입하면서 
약간의 할인을 받았으니 실구입가격은 이보다 적었을 것이다.- 중고판매 금액은
택배비를 빼고 나면 이만원정도 되려나?
  중고 판매가 안되어 '천원에 팔기'를 한 책도 두 권 되고, 나머지 것들도 2300원 뭐 그 정도.
신간 소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책 하나가 오천원정도 했으니 나머지 책들 중고가격은 정말 낮았겠구나.

  오랫만에 책꽂이에 책을 꽂는 기쁨을 누려보려 했으나 저렇게 팔아치웠음에도 책꽂이에 책을 꽂는
기쁨은  겨우 네 다섯권에서 끝나고 아직도 방바닥에 책이 쌓여있다.

  이렇게 책을 팔면
엄청난 문제점이 생긴다. 그건 바로 팔지 못하는 책만 남기 때문이다. 
천원 이천원이라도 책값을 받고 박스에 잘 넣어 포장을 해 어딘가로 보내버리는 것과
책을 집 앞 길거리에 놓아 버리는 것과는 내게는 천지차이다.  그래서 방에는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책들만 쌓여간다.
  결과적으로 지금 내 책꽂이에는 디자인이 그닥 아름답지 않은 두껍고 무식한, 그러나 깨끗한
영어 시험 책들+영어 공부용 월간지+ 잡지 들만 남겨져 있다.
  오늘 중고로 보낸 책들과 지금 내방에 있는 책들 중 어느 것을 선택할래? 하면 중고로 보내버린 책들이다.
그런데 현실의 내방은 저러한 책들-못생기고 절대 보지 않고 부피가 큰 영어 참고서들-만 잔뜩 껴안고 있다. 아, 글을 쓰고 있으니 문제점은 드러나는데
그렇다고 어떻게 해결할 용기는 안나네. 해결방법? 물론 알고 있다. 버리는 거지. 정말 버리는 건 어려워.
  내 책꽂이에는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청소 잘하는 법' '정리의 달인' 뭐 이런 책들도 있다. 하하
저런 책이 꽂혀있는 집은 분명 정리 못하는 사람의 집일거야.

쓰고 있으니 슬프다. 좋아하는 것은 보내버리고 엉뚱한 것만 껴안고 있다니. 내 방과 그 부속물들은 태양계와 태양의 행성들처럼 창조주가 의도하였는지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된 것인지 모를 인력과 관성을 보여주고 있구나.

  내 방을 그대로 두고 ㅡ 버리면 안 된다. ㅡ 나만 어디로 쏙 빠져 나가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버리는 괴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나는 새 책을 사도 되고 새 후드티를 사도 된다. 그것들을 사면서 방이 또 좁아질거야라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와우!! 그리고 그 방이 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스스로 괴로워지면 나는 역시 고역스러운 버리는 과정을 생략한채 방을 보존한 채로 나와 새로 시작한다.그렇게 나의 방은 증식해가지만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 곳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버려지지 않고 고스란히 존재할 거라고 믿고 사는거다. 가끔 그 방들의 열쇠를 짤랑 짤랑 거리면서. 하하하. 어때? 
 
이렇게 쓰긴 했지만 내가 쓰레기를 쌓아놓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옷과 책의 문제다. 전에 게이5명이 외모와 인테리어 바꿔주는 프로그램에서
"옷에도 유통기한이 있어요." 라고 했던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옷에도 유통기한이 있었으면. 밥한끼에 큰 맘먹고 삼만원주고 먹을 수는 있는데 삼만원 주고 산 옷은 2년이 흘렀는데도 왜이렇게 버리기가 힘드니. 정말 옷에도 보존기한이 있으면 좋겠다.

'생활의 길잡이' 에 나오는 평소 학용품을 막 쓰다가 정말 중요한 때에 없어서 곤란을 겪었는데 할머니가 장롱위에 놓아진 상자에서 몽당연필인가 지우개를 꺼내주셨다는 이야기를 ㅡ농담이 아니고ㅡ정말 감명깊게 기억하고 있는 근검절약 교육을 잘 받은 나지만, 몰랐지 내가 이렇게 좁은 방에서 아둥바둥 살지는. 상자에 학용품을 넣어 장롱위에 놓는 것은 최소 방 세가 있고 커다란 장롱이 있는 들어가는 방도 있어야 되는거다.

   낭비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덜으려 그래도 옷가지들은 멀쩡한 상태로 옷 수거함에 넣는 편이긴한데 그런데 들어가면 무게재서 팔린다더라 옷으로써 재활용되긴 하는걸까? 아니면 잘게 찢겨져 다른 용도가 되는걸까. 

   이렇게 쓰니 옷이 많은 것 같은가? 아니다 옷이 너무 없다. 못입을 옷들만 잔뜩이다. 만날 집에서 입어야지 하고 버리지는 못하고 어디 밖에 갈때는 또 절대 못입는 옷들.

  옷이 너무 없다. 옷을 사야해. 날도 추운데. 아, 참 내 통장도 춥지. ㅠ ㅠ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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