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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30 팬으로서의 자서전 읽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제목 너무 멋있다. 심플하면서도 멋있다. 


마지막 부분에 보면 강연 원고를 쓰는 기분으로 썼다고 해서 내가 느낀 기분과 정확히 일치해서 놀랐다.

책을 읽는 내내 잘 짜여진 강연을 듣는 기분이었다. PPT 없이 단상에 선 모습만으로도 집중되는.


(농담 반 진담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소설가로 데뷔하고 어느 정도 명성을 얻자

당시의 일본은 호황기었기 때문에 소설이 아닌 다른 일로도 충분히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을거라며

돈을 대줄테니 여행기를 써달라거나, 유럽(?프랑스?)의 성에 머무르며 글을 써달라는 청탁도 

있었다고. 와우 부럽다. ㅋㅋㅋㅋㅋ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타이핑 치면서 지금 웃고 있다.)

결론은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소설가의 본업으로 돌아가서 작업했다는 그런 내용.


동양의 정서가 '최선을 다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보다는 '어쩌다보니 과분하게 이렇게'란 겸손의 미덕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특히 일본인의 글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 대표적인게

나에게는 하루키와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는 심지어 책 제목이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라니

'느긋한' 이란 단어를 '작가'에 쓸 수가 있나? 아, 욕하고 싶다. 아무튼 약간 그런 느슨함이

더욱 매력으로 다가와서겠지.


하루키도 이미 알려진대로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다 소설가가 되기로 한' 이라는 다소 붕 뜬 느긋한 이미지로 유명한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긋한 이미지를 본인이나 홍보사가 부러 강조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 에세이에서는 미국 진출에 대해 이야기한 챕터가 인상적이었다. '어쩌다보니 번역이 된 작품이

유명세를 타고 그러다 보니 다른 작품도 관심을 끌게되어'---이런 느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본인이 꽤 의욕을 갖고 해외 진출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음을 -하루키답지 않게- 역설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까지 했는데 요즘 것들은 ---나는 열심히 안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던

호황기에도 이렇게 노력하고 열심히 했는데' 라는 꼰대는 사양이지만 이렇게 조곤조곤

자신의 경험담이 도움되길 바라며 조언하는 이야기는 너무 좋다.

'나는 좋은 번역가에게 도움을 받았고 이런 이런 점들이 유효하게 작용했습니다. 그 때와 상황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제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런 느낌의 글이라 좋았다.


그리고 팬으로서 늘 듣고 싶었던 것이 하루키에 대한 혹평이나 저평가에 대한 본인의 불만을 듣고 싶었다.

그 동안의 에세이에서 자신에 대한 혹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쿨하게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툭툭

던지는 식이었지만, 궁금했던 것이다 대성공을 거둔 자신에게 박한 평에 대하여.

이번 에세이는 그 동안과는 달리 이 것에 대해 좀더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역시 본인도

하고픈 말이 많았구나랑 그래 이제는 충분히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때이지, 하는 느낌이라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기를 기다리며 때를 기다렸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논픽션 언더그라운드까지도 비판을 당했다니 속상했겠다 싶고. 일본에서 이러저러해서

해외에서 잘 되었더니 이번에는 또 저러저러하다고 욕하더라 식의 이야기를 들으며

억울해쪄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은 본인이 쓰는 자서전이고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진 팬들이 우쭈쭈하는 마음으로 읽어줄 거니까 그런 얘기 더 하셔도 됐는데 자제한 느낌.


인터넷 홈피를 열고 한 질문 대답 이벤트에서 직접 모두 답장을 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근데 나 역시 아무리 직접했다고 해도 안 믿을 것 같아. ㅋㅋㅋ


아직 라오스 여행기 읽을 거 남아서 팬은 기쁩니다.

오랫만에 써본다. 내가 늘 부르짖는. 지속가능한 덕질. 천잰데 성실한 창작자.


그리고 운동, 규칙적인 생활, 체력의 중요성 파트는 늘 그렇듯 많이 많이 찔렸다. 뜨끔.

소설가는 불규칙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걸 멋있게 생각하나보다고 지적할 떄는 뜨끔뜨끔.


제1회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종인가 
제2회 소설가가 된 무렵 
제3회 문학상에 대해서 
제4회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 
제5회 자, 뭘 써야 할까? 
제6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 장편소설 쓰기 
제7회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한 업業 
제8회 학교에 대해서 
제9회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 
제10회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제11회 해외에 나간다. 새로운 프런티어 
제12회 이야기가 있는 곳·가와이 하야오 선생님의 추억 
후기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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