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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친

일상 2009. 6. 12. 02:01
바닐라 아이스크림.
     세상엔 어떤 단어 그 자체만으로 단어가 의미하는 실물과 관계없이 단어 고유의 느낌을 풍길 때가 있다. 때로는 막연하게 때로는 구체적으로. 영어는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광고나 매체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방학'하면 숙제가 떠오르고 '월차'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겨운 회사일을 떠올리게 하지만 vacation 이나 holiday 라면 해변이 떠오르고 웬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두근두근함을 느끼게 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맛을 고르라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고르진 않는다. 딸기나 초콜릿을 강렬하게 선호. 실제 내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텁텁하고 그 단 맛이 썩 맞진 않는다. 바닐라라는 꽃인지 식물에서인지는 이런 향이 난단 말인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초코 아이스크림이나 딸기 아이스크림이란 말이 주는 유치함 그 이상의 그윽한 향과 부드러움 같은게 느껴진다. 

     여친.
     '여친이 있으시군요. 부럽습니다.'
      오늘 사진 동호회(인지 카메라 동호회인지)를 돌며 사진을 보았다. '아는 동생 찍은 사진입니다.'와 '제 여친입니다.' 사이의 포스는 태평양만큼 넓었다. 사진? 사진엔 그냥 예쁘게 웃는 여자가 있을 뿐이다. 사진은 다 고만고만하다. 그럼에도 다른 거다.
      여자는 위대하지 않지만 여친은 위대하다. 여친은 상냥하고 항상 웃어줄 것 같고 내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고 예쁘다.(!) 여자? 음....여자는?? 그냥 무섭다. 상냥할 가능성이 보여서 여친이 되는 것일까. 내 여친이 되어서 상냥해진 것일까. 여자로서 '여친'이 되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
     여자는 성가시고 귀찮지만 여친이라면. 아니 어저면 여친은 그 성가시고 귀찮은 단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황홀한 것일까? 그렇지만 성가시고 귀찮은 단계가 여자의 매력인뎅?
     기형적으로 여자에 대한 더듬이가 발달한 나는 '남친'이란 말이 주는 대중적인 이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떤 사진에도 ' 제 남친입니다.' 하며 멍해보이는 남자가 웃고있진 않다. 그렇지만 '제 여친입니다' 라고 쓰인 사진들을 보며 --나 왜 이런거 보고있니?-- 뭔가 알 것 같았다.

     역시 사진은 백마디 말보다 강한가?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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