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2.07 이토록 음침한 살.
  2. 2010.06.24 기억
  3. 2008.04.14 솔직해지기
1.
몰래 훔쳐보던 미니홈피에는 글이 올라오지 않은지 오래
우연히 넣은 검색어를 따라 클릭한 블로그
이건 익숙한 단어조합.
너는 아직도 이 아이디를 쓰고 있었구나.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신은 지루한 내게 너의 블로그를 살짝쿵 알려주었어.
오늘 너의 블로그에 visited blogger 메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안보이게 되어있다가 클릭하면 나오는거더라.
마음이 조마조마 나 블로그 이름도 안해놓아서 '~~~~님의 블로그'라고 뜨는데
내가 이 아이디를 널 만나기 전부터 썼던가 만난 뒤에 썼던가.
나 여기 꽤 자주 방문했는데 네가 눈치채진 않았을까.
미니홈피 쓰던 때에 내가 방명록에 아는 척 한 번 했었지만
그때 그냥 그걸로 끝이었었잖아.
굳이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진 않은데 나 초라해져서 시른뎀!

그냥 너의 모습을 엿보니 좋다.
니가 아직도 어려운 책을 읽고 첨들어본 영화를 보고
나랑 조금은 비슷한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
나보다 연애를 더 잘 하고 내가 생각지 못한,아니 어쩌면 너와 너무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더라.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눈.

앞으로는 꼭 로그아웃하고 들어가야지.

2.
굉장히 뜸하지만 그래도 결코 멈추지는 않는 미니홈피.
두세달에 한 번 사진도 올라오고 방명록 광고글도 지우는 너.
사실 난 미니홈피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너의 전 여자친구들의 미니홈피도 자주 간단다.
아이피나 추적기를 걱정해서 집에선 잘 안하는데. 설마 지역 같은게 나와도
나라곤 생각 못하겠지. 근데 설마 그런걸 정말 다는 사람이 있겠어?(있더라.)
아이폰으로 들어가는 건 추적이 될까??

너 지난번엔 역광에 실루엣 사진이 프로필 사진이었는데
이번에 들어가보니 그냥 풍경사진으로 바꿨더라. 
언제 바꾼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번 사진이 더 나은 것 같아.
미니홈피 타이틀 안 바꿔서 매번 들어가긴 쉬워.타이틀 앞으로도 안 바꾸면 좋겠다.
나 너 매번사람찾기해서 들어가는 거니까.
너는 너의 전 여자친구들과 꽤 쿨하게 지내는 것 같아. 
너는 전보다 몸에는 살이 쪘고 얼굴에는 살이 빠졌더라.
운동화는  예쁜데 티셔츠는 왜 맨날 흰색만 입니.

아, 미니홈피 볼 것도 없는데 끊어야지.
근데 너 비밀폴더에는 사진 많이 올리니? 궁금하다.

3.

*나는 언제나 나의 여자사람친구들을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동경했다.
그녀들이 더이상 친구가 아닌 지금도 나는 자주 그녀들을 떠올린다.
*나와 별 관계가 없는 남자사람임에도
미니홈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남자아이의 미니홈피는 이상하게 끊을 수가 없다.
*미니홈피란 말이 들어간 것 만으로 의도한 건 아닌대데뭔가 말투가 이상하게 귀여워지고
막 글이 유치해지는 기분. 좋다. ㅋㅋ 글 투가 완전 이상해..
*얼마전 한게임 사천성과 더불어 설맞이 잉여짓의 양대산맥인 (지금은 볼 게 많이 사라졌지만)
미니홈피 무한 서핑을 했었더랬다.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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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거짓말 2010. 6. 24. 23:13

 대학교 3학년 때였나 4학년 때였나. 데모,그러니까 투쟁의 일환으로 전교생 수업거부를 결의하였다.
물론 이것은 학교측과는 협의되지 않은 사안으로 학교는 강의에 빠질시에는 평소와 똑같이 결석처리를
하겠다고 하였다. 
 3번 이상 결석이면 학점을 받을 수가 없는데 학생 측, 그러니까 학생회측은 이미 이전에 3번이상 결석을
하여서 학점을 받을 수 없게 된 학생만 특별히 출석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였다. (뒤에서는 이러한
단체 수업 거부에 동의하지 않고 출석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실제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난 이미 세 번 결석을 하였기에 들어야 하는 수업들이 있었다.
 수업에 들어갈 때에는 (실제론 그렇지 않았지만) 자꾸 누군가 날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강의실 문을 여는 나는, 자기혼자 살겠다고 수업을 들어가는 이기주의자거나 그동안 밥먹듯(겨우 세번이라고!) 수업을 빠진 불량한 이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그 중 하나는 모 음악 실기 강의. (나는 구체적인 악기명은 밝히지 않겠다.)
방석을 놓고 앉는 좌식으로 된 강의실이었지만 그 때만은 강의실 한 가운데 의자를 놓고 앉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라는 얼굴의 상냥하지만 당황한 교수님과
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나이 많은 남학...우? 한 분.
물론 나와 그 남자 둘은 "하하, 그동안 수업에 많이 빠지셨나 봐요 어쩌다 이렇게?" 따위의 대화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강의 스케쥴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 수업을 하지만 보강도 또 해야겠지, 라고 말하지는 않는 우아한 교수님과 
이럴 줄 알았으면 빠지지 말 걸이라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소박한 생각을 하는 나와
역시 속을 알 수 없는 남학.....우? 한 분.
셋이서 무릎을 맞대고 수업을 했다.

교수님은 우리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인지 멋지게 곡을 연주해주시기도 하였고
학생 둘은 어색하게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
내 머리의 반은 창밖에 있었고 나머지 반은 진땀을 흘리는 신경을 관리하고 있었다.
(듣기만 하는 강의가 아니었다고.)

수업이 끝나면 난 공손하게 (교수님께 조금은 죄송한 마음이 있었으므로.) 인사를 하고
문밖에 나와서는 혼자 대상없는 욕을 했다. 

이 수업은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인가 세 번 계속되었다.

남들은 즐거운 대학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저 일이 떠올랐다.
그들은 기숙사에서 규칙을 어겨 곤란에 쳐했던 일, 술먹고 고생했던 일 등을 떠올리며 
"그 땐 재미있었지."라고 흐뭇하게 떠올렸지만
나는 저 일이 아름답게 기억되지 않는다. 떠올랐을 때 온몸이 긴장했다.

그 당시의 그 일이 얼마나 싫었는지 두 번째 강의는 얼마나 더 가기 싫었었는지.
부끄럽고 쪽팔리고 짜증이 났던게 생각이 났다.

와, 그 죽을만큼 싫던 일을 난 지난 몇 년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나는 이 일을 기억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얘기할 만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블로그에?)

와, 그 때는 정말 심각했는데 
나 또 까맣게 잘 잊고 잘 살고 있었구나.
지금 날 괴롭히는 이 일은 또 죽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지긋지긋한데 말이야.

결국 고통을 당하고 잊어버리고 --잘 해결했다고 착각하고--그렇게 사는 건가.

내가 좀 기특하기도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근데 좀 불쌍하다.

 똑똑한 어른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따라 잘 버틴 나는 직장을 잡고 월급을 받으며 "잘" 살고 있다.
조금 똑똑한 척도 하고 현실적이지도 못한 주제에 현실적인 어른인 척도 좀 하면서 전보다 더 잘 '싫음'을
감추고 누르며 살고 있다. 싫은게 아니야 누구나 이런 것쯤은 극복해야 하는 거라구 후훗.하고 속이며.
 
강력한 기쁨의 기억을 찾아보려 노력한다.
졸업식?? "졸업식" 자체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졸업"이 정말 좋았다. 
졸업을 하고 나서는 여러가지 의미로 "으흐흑와하하 이제 나는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난 졸업을 했다고 이제 끝이야 우와우와 으흐흑와하하." 했었다.   
졸업식을 마친 다음의 3월 ..까지는 아니고 졸업과 취직 사이의 2월 20일쯤?
3살이후  처음으로 어디에도 소속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방한구석에서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이걸 떠올리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아 진짜 좋아졌다. 기분이 좋아졌으니 그만 써야징. 와하하. 히히힉.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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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기

거짓말 2008. 4. 14. 14:31
솔직해지는 건 쉽지 않다.
솔직해지는 건 어렵다.
솔직한 건 어렵다.
솔직하면 어렵다.
솔직해져버리면 어려워진다.
솔직해지면 힘들어진다.


난 착한 사람도 싫고 착한 척 하는 사람도 싫어.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럼 내가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건가?
난 나쁜 사람을 좋아하진 않는다.
솔직한 건 나쁜건가.
솔직하면 착할 수 없는 건가.
Posted by 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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