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몰래 훔쳐보던 미니홈피에는 글이 올라오지 않은지 오래
우연히 넣은 검색어를 따라 클릭한 블로그
이건 익숙한 단어조합.
너는 아직도 이 아이디를 쓰고 있었구나.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신은 지루한 내게 너의 블로그를 살짝쿵 알려주었어.
오늘 너의 블로그에 visited blogger 메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안보이게 되어있다가 클릭하면 나오는거더라.
마음이 조마조마 나 블로그 이름도 안해놓아서 '~~~~님의 블로그'라고 뜨는데
내가 이 아이디를 널 만나기 전부터 썼던가 만난 뒤에 썼던가.
나 여기 꽤 자주 방문했는데 네가 눈치채진 않았을까.
미니홈피 쓰던 때에 내가 방명록에 아는 척 한 번 했었지만
그때 그냥 그걸로 끝이었었잖아.
굳이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진 않은데 나 초라해져서 시른뎀!
그냥 너의 모습을 엿보니 좋다.
니가 아직도 어려운 책을 읽고 첨들어본 영화를 보고
나랑 조금은 비슷한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
나보다 연애를 더 잘 하고 내가 생각지 못한,아니 어쩌면 너와 너무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더라.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눈.
앞으로는 꼭 로그아웃하고 들어가야지.
2.
굉장히 뜸하지만 그래도 결코 멈추지는 않는 미니홈피.
두세달에 한 번 사진도 올라오고 방명록 광고글도 지우는 너.
사실 난 미니홈피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너의 전 여자친구들의 미니홈피도 자주 간단다.
아이피나 추적기를 걱정해서 집에선 잘 안하는데. 설마 지역 같은게 나와도
나라곤 생각 못하겠지. 근데 설마 그런걸 정말 다는 사람이 있겠어?(있더라.)
아이폰으로 들어가는 건 추적이 될까??
너 지난번엔 역광에 실루엣 사진이 프로필 사진이었는데
이번에 들어가보니 그냥 풍경사진으로 바꿨더라.
언제 바꾼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번 사진이 더 나은 것 같아.
미니홈피 타이틀 안 바꿔서 매번 들어가긴 쉬워.타이틀 앞으로도 안 바꾸면 좋겠다.
나 너 매번사람찾기해서 들어가는 거니까.
너는 너의 전 여자친구들과 꽤 쿨하게 지내는 것 같아.
너는 전보다 몸에는 살이 쪘고 얼굴에는 살이 빠졌더라.
운동화는 예쁜데 티셔츠는 왜 맨날 흰색만 입니.
아, 미니홈피 볼 것도 없는데 끊어야지.
근데 너 비밀폴더에는 사진 많이 올리니? 궁금하다.
3.
*나는 언제나 나의 여자사람친구들을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동경했다.
그녀들이 더이상 친구가 아닌 지금도 나는 자주 그녀들을 떠올린다.
*나와 별 관계가 없는 남자사람임에도
미니홈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남자아이의 미니홈피는 이상하게 끊을 수가 없다.
*미니홈피란 말이 들어간 것 만으로 의도한 건 아닌대데뭔가 말투가 이상하게 귀여워지고
막 글이 유치해지는 기분. 좋다. ㅋㅋ 글 투가 완전 이상해..
*얼마전 한게임 사천성과 더불어 설맞이 잉여짓의 양대산맥인 (지금은 볼 게 많이 사라졌지만)
미니홈피 무한 서핑을 했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