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에 있는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에서 읽었다.
이희주 작가는 데뷔작 <환상통>을 읽고 내가 너무 좋아하면서 쓴 글이 저쪽 블로그에도 남아있다.
오늘 읽고 찾아보니 그 동안도 아이돌.덕질 주제로 작품을 쭉 발표하셨더라. 얼른 찾아서 읽어봐야지.
호불호가 가릴 이상한 주제에 한국 사회를 요상하게(positive) 녹여서 썼다.
진짜 개변태(positive) 같다고 느꼈다.
솔직히 이 글의 어떤 어떤 부분들은 (제일 메인 아이디어는 아님!) 나도 상상했던 적도 있는데 나는 이걸 이렇게 문장으로 빚어낼 자신은 없고 그냥 감탄할 뿐이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제목이라 처음엔 읭? 했는데 저 제목을 듣고 한국의 수니가 떠올린 상상이라고 하면 남득. 애니 제목이 먼저였는지 이야기를 다 쓰고 저 제목을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의 (글쓰는) 수니라면 환생 보다는.....저런 쪽의 전개가.
독보적인 덕질 문학계(?!) 원탑이시고
충격적인 설정이나 스토리보다도
덕질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트위터 주접글의 오만배
정선된 문장으로 읽는 것에(그러나 주접의 수준은 결코 지지않음) 문학의 짜릿함을 느끼고 덕질과 문학의 경계에 편안히 웃으며 누워본다. 누워있는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옆으로 흐르네.
(여주인공이 @@인 설정은 너무 했다고 생각.
작가님 너무해...)
작가후기에 최애그룹 샤라웃 하셨는데 (이미 트위터에서 스포(?)로 봄) 진짜 개부럽다. 성덕되서 수상소감이 최애 박제라니. 너무너무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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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추가 (스포있음)
트위터라면 타래로 계속 쭉 쓸텐데...하는 생각을 하지만 트위터에 길게 책에 관해 쓸 생각은 없다.
이 소설에 대해서 자꾸자꾸만 이야기하고 싶다.
'수상작품집'인 만큼 이 책에는 친절하게도 해설이 달려 있어서 내가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탄'이 평론으로 잘 정리되어있다.
이 짧은 소설에 얼마나 많은 주제를 담았는지. 이건 작가가 의도했다기 보다 그냥 소설가는 훌륭해서 쓰다보면 이렇게 쓴다고 생각하고 싶다.(ㅋㅋㅋ)
-계층에 대한 이야기:대기업, 전세나 자가 등. 친구 사이에도 어쩔수 없이 나뉘게 되는.
-당연히 저출산으로 여자 머리채 잡으면서 여자 편 들어주는 거 같은데 과연 여자를 위한건가 싶은 정부 정책들
-우월한 유전자에 대한 동경. 밈이라고 하기엔 반복될 수록 진심이다.
-빼놓을 수 없는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 근데 사실 이건 인권 이야기보다는 이야기의 거대한 한 축이라서 흔한 '인권'으로 (인권이 언제부터 흔한 주제였지? 근데 너무 쉽게 쉽게 쓰는 사람이 많아서 '소재로서' 지겹기도 해. 인권에 관한 담론이 지겹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묶기에는 거대한 한 축이라 아이돌이라는 특수한 산업에 대한 (내 기준) 반복적으로 반복적으로 해도 질리지 않는 고찰.
-모성애의 환상에 대한 의문.
-여자 입장에서의 섹ㅅ와 재생산.
-정상가족에 대한 의문 - 주인공의 엄마는 의외로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그냥....현대인의 외로움...ㅠㅠ
-실제로 있었던 'ㅈㅈ ㅂㄲㅊㄱ'(외국 아니고 한국에도 있었다)에 대한 이슈와 그에 대한 미적지근한 처벌.
이상이 같이 수록된 평론글들에 정리되었거나 평론글을 보며 생각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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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내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 미에 대한 추구가 자학으로 이어지지 않는 여성은 어떻게 되는가?
중안부 길이부터 속눈썹 길이 엉덩이 모양등 조각조각 품평 당하는 여성들은 또한 그 품평을 고스란히 아이돌에게 옮겨서 소비한다. 아이돌을 동경하면서 같은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외모강박, 자신을 자학하는 길로 빠져들기도 하지만,
아이돌의 아름다움을 소비하지만 그게 자학으로 이어지지 않는 여자들은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상상이다.
주인공은 이성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설명되고 있지만 나는 주인공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브랜드의 코트와 명품 반지로 정상인의 모습을 꾸미지 않았는가. 문제는 여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남자와 여자가 만날 수 있는 남자의 격차가 분명 존재한다.(「분명 멀쩡한 남자로 넣어달라고 했는데, 멀쩡함의 기준이 다른가?」
아이돌 산업이 흥하지 않고 남녀가 적절히 섞이고 배려하는 이상적인 사회라면 모르겠지만 공부만 하면서 성취를 이루고 TV로 본 연예인때문에 너무 기준이 높아지고. 나는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높아진 미감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대 한국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구애'를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데이트 통장과 반반 결혼으로 시작하던가 '결혼 전에는 그렇게 잘 해주더니 결혼하고 바뀌었어요'가 귀여운 유부녀의 한탄이 아니라 돌변하는 모습으로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예쁜 남자를 진심으로 찾는 여자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이희주님이 써주시길. 다른 소설을 아직 안 봐서 이미 쓰셨을것 같기도 하다.
위에 이어서
-ㅅㅅ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에 관하여.
정신이 또렷한 오전에 이것에 관해 생각하면서(요즘 이 소설의 잔상이 머리에 남아 틈틈이 떠올리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는데 맨 마지막에 한 생각은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 요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주절거리는건
애를 안 낳는 나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고, 애를 낳는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없이(positive 나쁜뜻아님), 좋게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긴다.
ㅅ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하고 그 남자의 유전자로 임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이건 뇌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어떤 유전자를 강하게 원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현실적으로 ㅅㅅ할 수 없는데도? (그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이다.)
(스포있음)
유명정치인이나 ""의대생""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을때 ㅇㄹ는 아니지만 "잘난 남자니 괜찮다"는 분위기가 있었을 것 같은 두려움. 뭐 범죄자나 노숙자나 이상한 남자거는 아니었네? 하는 느낌?(소설엔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는다.) 우리 사회가 끔찍한 범죄나 몰상식한 행위에 대해서도 '의대생'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한가. 물론 의대생은 상징이고 어떤 특정 엘리트 집단에 대한 추종같은 것. 정치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소설에서 진짜 짧게 다뤄졌는데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진짜 극단적인 이야기고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너무할 수도 있는데(쿠션 미리 많이 깝니다.) 가끔 어떤 보도는 의대생이나 연예인,엘리트 남자에게 강간당하거나 심지어 죽임당한 여자에게도 '그렇게 대단한 남자에게 당했으니 여자가 참아'라고 느낄때가 있다. (눼네 물론 저의 엄청난 오버인거 알고 있지만 가끔...뉴스 보도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어)
-아이돌의 상품화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이건 진짜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 거대한 부분이라 살짝 가볍게 쓰기조차 힘들다. (백 장은 쓸 수 있어)
수많은 사람들, 아니 이제 케이팝이 흥하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정말 조각조각 즐긴다.
짧은 청춘에 큰 돈을 벌고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삶을 산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상품로 팔고 팔기를 요구당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너무 즐겁고 유일한 행복이다.나같은 사람이 나만 있지는 않을 거야. 진심으로 어떤 순간에는 죽을 것 같은 나를 살게 해.
비판할 수 없다. 잠들기 전 인스타라이브를 보며 참 힘든 직업이구만 하면서도 그거의 수억배의 미친 도파민과 즐거움과 행복과 절대 충성을 맹세한다. 실로 길티.
나는 '상품화'란 딱딱한 말로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고 더 팔아주세요 더 해주세요 그것에 내 행복이 달려있어요 하는 입장이기에 '아이돌 인권'이나 '상품화'를 누가 비판한다면 그냥 '맞는 말이긴 한데....' 하면서 꾸물거릴수밖에 없다.
진짜 이건 ...
소설속의 미친 여자(positive)들을 너무 자주 생각하다보니 이상한 말들을 많이 썼군.
저는 사회생활 잘하는 멀쩡한 사람입니다.
아직도 쓰고 싶은 말이 남았고 더 생각나면 다음에 또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