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펜을 골라 꼭곡 눌러쓰며 일기를 쓰던 어릴 때에는
앞으로의 내 인생이 꽤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팍팍한 일상을 쓰던 때에는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자기 암시의 나날이었고.
--사실 지금도 여기에서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쓸 것도 없고 써도 별 감흥도 없다.
그렇다고 딱히 변화를 원하지도 않는다.
상한 우유.
이대로 굳다가 역한 냄새를 풍기다가 버려질거다.
"심심해도 할 수 없다. 티비보고 놀아라."
건조한 목소리. 이것은 흔한 이야기의 마침표?
쩜 쩜 쩜
대체 점을 몇개나 더 찍어야 완전한 마침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
심심한 밤.
생수병 혼자 내는 소리에 놀라는 밤.
내일도 심심해하며 [일요일밤] 일기를 쓸거다.